사실 경찰 조직은 다섯 시즌동안 <더 와이어> 이야기의 주축이 되기에 마지막에 하려 했는데 음.. 그냥 세드릭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워낙 얽히고 섥혀있으니 내키는 대로 뒤죽박죽 쓸란다. 어차피 스포는 피할 수 없으니...
시즌 1에서, 그는 볼티모어 시 경찰 마약반 반장으로 첫 등장한다. 개성넘치는 부하들 - 키마, 허크, 카버 - 에 비해 딱딱한 로봇 같았던 다니엘스는 그야말로 '노잼' 캐릭터였다. 바람잘 날 없는 특수 수사대의 수장으로서 중심을 잡아야 하기에 다니엘스는 그저 적당히 유능하고 적당히 인간적인 엘리트 지휘관으로 충분했다. 물론 규율을 잘 따르면서도 할 말은 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내게 세드릭 다니엘스는 그냥 충혈된 눈이 안쓰러운 FM 반장님일 뿐이었다. 시즌 3까지는...
시즌3에서 론다가 들이대는 장면을 본 내 동공
<더 와이어>에서 미남은 스트링어 원 앤 온리다.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그렇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생각나는 남자는 세드릭이다...
왜냐..
출처 reddit
... 이유가 필요한가
시즌3에서, 갑자기 그는 로맨스의 주인공이 된다. 시즌1-2에서 지미 맥널티의 간헐적 파트너(?)였던 론다 펄먼 검사가 뜬금없이 "세드릭.." 하더니 다니엘스와 사귀기 시작한 것이다... 이거 대체 뭥미!??맥널티와는 진지한 관계가 아니라쳐도, 왜 론다는 갑자기 다니엘스에게 연정을 품은걸까? 그 전까지 전혀 그런 조짐이 없었기에 뜨악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워커홀릭인 론다가 누군가 따로 만나러 다니기는 힘들고, 주변에서 쓸만한 남자를 찾아본다면 역시나 다니엘스밖에 없었을 것 같다. 마침 아내와 이혼 절차를 밟고 있겠다.. 몸 좋은건 어떻게 알았지? 펄먼 검사님 참각막 인정.. 여튼 둘은 급작스럽게 커플이 되고 찐한 베드씬도 보여준다... 근데 정말 이 러브라인은 언제부터 계획되었던 걸까? 세드릭이 중요 캐릭터치고 너무 노잼이라 작가진이 뭐라도 보여줘야 한다 생각한걸까?? 어쨌든 다니엘스가 이런 핫바디를 가지고 있었다면 보여줘야 하는게 맞다. 우와, 진짜 양복이랑 유니폼 입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모습이다. 그리고 내적 호감도가 미친듯이 상승했다. 나 뿐 아니라 실제 방영될 때도 화제였다고 한다. "HOT" 하다고..
로맨스와 별개로, 다니엘스는 노잼일지언정 정말로 멋진 캐릭터이다. 사실 시즌 초반에는 버렐이 "네 놈도 구린 과거가 있잖아" 하고 하도 협박을 해대서 언젠가 뒷통수 칠 줄 알았다. 그런데 뭐, 까보니 별 거 없었다. 뇌물수수 좀 한 게 뭐 대수냐.. 워낙 개막장 경찰들이 많아서 이 정도면 청렴지수 1등급이다. 어찌되었던 다니엘스는 버렐이 시키는대로 클레이 데이비스의 뒤를 캐는 것을 중단한다. 좌천되면서도 그를 지탱하는 것은 오직 경찰로서의 순수한 열정,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신념이었다.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의 경계에 있던 다니엘스는 과거에는 그저 야심가였던 것 같다. 그의 와이프도 야망 가득한 정치인이다. 그들은 함께 꿈꾸던 미래가 있었으나 시즌3의 시점에서 와이프는 현실로, 세드릭은 이상으로 갈라진다. 세드릭은 갱단과 함께 부패 정치인을 고발하려 했다. 카케티를 만났을 때에는 정말로 실현될 거라 믿었다. 볼티모어를 어쩌면 진짜로 바꿀 수 있을 지 몰라, 연인인 론다에게 그는 말한다. 의심을 놓지는 않지만, 희망을 가지고. 그러나 <더 와이어>는 하이퍼 리얼리즘 드라마다. 이상주의자는 이 곳에 어울리지 않는다. 도시는 너무 가난하고 카케티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차기 경찰 총장이었던 다니엘스는 결국 정치게임을 포기한다.
마지막에 다니엘스는 변호사가 되어, 판사가 된 론다의 법정에 출석한다. 해피엔딩을 맞는 몇 안되는 캐릭터 중 한 명이다. 여러모로 멋있는 사람인 것은 분명하지만 문득 론다는 왜 세드릭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생각을 해보았는데, 그건 아무래도 세드릭이 '안정적인'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 <더 와이어>에서 보기드문 안정형 인간이다. 그래서 초반에 그렇게 노잼이었던 것이지.. 뒷통수 치지 않고 자기 밸런스를 잘 지키는 사람.. 게다가 몸짱. 여튼, 부럽다 론다...
Actor : Lance Reddick
우리의 다니엘스 반장님은 경찰 그만두고 변호사도 그만두고 이제는 암살자 전용 호텔 지배인으로 일하신다.
<존 윅> 시리즈 뿐 아니라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에도 나오셨고 TV, 영화 골고루 다작하시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