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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ese's Book Club 선정 책, 리즈 위더스푼은 이 소설의 드라마화에 제작자 겸 주연배우로 참여했다.
<Elinor Oliphant is Completely Fine>, <Big Little Lies>에 이어 리즈 북클럽 책을 읽었는데 셋 다 재밌었다. 리즈언니 나랑 잘 맞는듯...
작가는 중국계 미국인 Celest Ng. 이 책이 두번째 장편소설인데 데뷔작인 <Everything I never told you>도 읽어볼 참이다. 잘 읽히고, 생각할 거리, 토론주제가 많다. 코로나 종식되고 독서모임 다시 시작하면 꼭 이 책을 추천할 참이다.
훌루 독점 공개라 드라마는 볼 방법이 없다. 리즈 위더스푼이랑 케리 워싱턴이 주인공인것을 알고 읽어서 그런지 마음 속에서 그림이 잘 그려졌다. 캐릭터 몰입에도 도움이 더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리즈 위더스푼은 <빅.리.라>의 매들린보다 엘리나 리처드슨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엘리나 리처드슨의 완벽주의적이고 불도저같은 성격이 리즈랑 찰떡이다. 특히 의료기록을 몰래 보여달라고 옛친구를 은근히 협박하는 부분에서는 아, 이건 누가봐도 리즈 위더스푼이 연기해야할 캐릭터구나 싶었다.
미아 워렌 역할의 케리 워싱턴. <장고>에서도 좋았지만, 그보다 나에게는 SNL "What does my girlfriend say" 뮤비로 강한 인상을 남기신 분이다(ㅋㅋ). 미스테리하면서 강인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미아에 정말 찰떡이다. 예술가의 아우라도 있고, 아름다운 큰 눈망울은 감춰진 비밀을 담아내기에 최고였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고르라면 단연 미아이다. 처음엔 과연 그녀가 과거에 무슨 짓을 저지른걸까 두근두근 했었다. 제목에 'fire'가 들어가서 그런지 방화같은 대단한 범죄를 일으키고 도주중인 사이코인줄 알았다. 그런데.. (범죄라면 범죄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로 흘러갔다. 미아의 모든 이야기가 마음 아팠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해도 미아를 생각하면 씁쓸한 허탈감과 안타까움만 남는다. 읽을때는 그저 감정적으로 동화되었는데 곱씹을수록 그녀의 행보가 납득이 안된다. 왜냐..
(스포)
> 전도유망한 미래를 앞두고,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주고 날개를 달아줄 황금 인맥을 가지고도, 금전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놓고도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아는 뱃속의 아이와 방랑자 삶을 택한다.
그 이유는 동생의 죽음인데,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다. 동생 워렌과 워낙 각별한 사이였기에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을지 상상할 수 있다. 분명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아픔이었을 것이다. 워렌은 미아가 대리모 노릇을 하는 것, 그러니까 정확히는 뱃 속의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준다, 혹은 판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고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미아가 동생의 사후에 그의 바램을 들어준 것인가? 사실 대리모를 하게된 미아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이것도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녀는 뉴욕에서 꿈같은 삶을 살았고, 그것을 유지하고 싶어했다. 분명한 목표와 계획이 있었기에 임신 6개월 동안 미아는 뱃 속의 아이를 분명 남(라이언 부부)의 아이라고 선을 긋고, 특별히 애정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런 돌발 선택을 하는 것인가?? 워렌도 잃고, 자신을 힐난하는 부모님과도 결별하면서 기존의 가족을 모두 잃었다고 생각해서 자신의 뱃 속의 아이에게 새삼 집착을 느끼게 된 것일까? 이 부분은 아무리 봐도 충동적, 돌발적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모성애 신화'라고 설명한다. 모든 여성이 배에서 태동을 느낀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사랑을 느끼지는 않는다. 미아는 고작 스무살 남짓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성관계를 하지도 않았다... 쓰고 보니 정말 미아=성모 마리아네.. Virgin fucking Mary..
자신이 wanted 였냐고 묻는 펄에게 눈물을 흘리며 oh yes, 하는 대목은 이해가 된다. 지금의 미아는 의심할 여지없이 펄을 목숨처럼 사랑할 것이다. 하지만 초반의 미아는 어땠을까. 라이언 부부의 간청을 승낙했을 때는 한참을 고민한 후에 이성적으로 선택한 것이지만, 아이를 데리고 떠난 것은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저지른 일종의 사고였다는 것을 조금 더 분명하게 제시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아이를 낳은 직후 미아가 후회하고 라이언 부부에게 지금이라도 아기 데려가라 할까 고민하던 부분이 있어 그나마 설명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미아가 비비를 무조건적으로 감싸줄때에는.. 뭐하는 짓이지 싶었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비비한테.. 아무리 현실이 시궁창이라도 내 새끼만 있음 된다? 너무 오만한 생각이다. 결국 미아는 자신이 과거에 선택한 길을 "진정한 행복"이라 자기위안삼아 정당화하고 그것을 비비에게 되풀이되도록 강요하는 셈이다. 그것이 옳은가?
영어 책이라 단어 찾아가며 한 챕터씩 천천히 읽었었는데, 후반부에는 너무 재미있어서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그냥 읽혀졌다. 마지막 다섯 챕터는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크.. 미아의 과거, 비비(Bebe)의 사건, 그리고 렉시의 사고(!).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연결고리로 얽혀질 때 약간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트립-펄-무디 삼각관계도 흥미진진.. 나는 무디 편이라 조금 가슴아프긴 했지만 역시나 존잼이다.
책을 다 읽고 훌루 드라마 클립들을 조금 찾아보았는데, 드라마는 책이랑 꽤 많은 부분이 달랐다. 역시나 드라마는 자극적이어야 하나보다... <빅.리.라>는 훌륭한 드라마였지만 몇가지 설정이 마음에 안들었는데 이 것 역시 좀 의문스러운 설정변환이 보인다. (왜, 굳이 이지와 미아를 (각각) 레즈비언으로 설정한 것인가??!!!)
그리고 캐스팅. 흠, 아이들이 내 상상보다 다들 앳되다. 내 상상 속 렉시는 블레이크 라이블리 느낌의 늘씬한 퀸카였는데 드라마 속 렉시는 이지랑 나이차이도 별로 안 나 보이고 너무 어려보인다. 자타공인 존잘남 트립... 솔직히 제일 실망했다. 키도 좀 작고 평범한 인상의 배우가 캐스팅 되었는데, 아니, 무디 배우가 더 잘생겼잖아!!!?? 그리고 펄. 펄도 케리 워싱턴(미아)이랑 좀 닮은 배우를 캐스팅했으면 좋았을걸. 렉시, 트립, 펄이 다들 너무 어려보여서 얘네들이 책 속에서 사고치고 다니는 걔들 연기하기엔 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무디랑 이지는 흡족한다. 이지는 똘기 가득한 양배추머리 소녀 이미지였는데 드라마에서는 비중이 확 늘면서 더 반항적이고 쎈언니가 되었다. 그래도 클립을 보니 이지때문에 조금은 드라마가 보고싶어졌다.
마지막으로 비비...
비비 이야기는 따로 책을 내도 된다. 인종문제, 빈부격차, 모성신화 모든 것이 얽혀있다. 실제 이 사건이 터지면 인터넷 폭발할듯..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기에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도 한참이 걸렸다.
나는 결과적으로는 비비가 잘못했다 생각하고, 그녀가 메이링(미라벨)을 납치해서 중국으로 날른 것은 분명한 범죄라고 생각한다. 사실 맥컬러 부부가 왜 가만히 있었는지 모르겠다. 충분히 수배 때려서 잡을 수 있을텐데? 그냥 그들도 미라벨을 포기했다고 밖에 생각 안된다. 결국 아기만 불쌍하다.. 비비나 맥컬러 부부나 지들 생각만 하고, 아기를 소유물로 대한 것은 마찬가지다.
또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법정에서 림 변호사가 린다 맥컬러를 심문하는 대목이었다. 동화책 <The Five Chinese Brothers>와 Long Duk Dong 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는데 참.. 기분이 묘했다. 아니, 더러웠다. 아, 이 이야기는 아무래도 따로 글을 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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