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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리틀 라이즈

mine

by 김애몽 2020. 7. 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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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Little Lies

by Liane Moriarty

 

 

 

 

 

 

원작 소설과 TV 시리즈를 모두 끝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엄청나다.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는데 정말 기대 이상이다. 완전 푹 빠져서 봤다. 

가벼운 스낵북인 줄 알았는데 이리도 남는게 많다니. 이 작가의 필력과 저력에 감탄했다.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게 될 것 같다.

 

 

*the cast

  표지부터 HBO 시리즈의 오피셜 포스터를 썼기 때문에 인물들에 대해서 구체적인 비쥬얼 이미지를 안고 읽었다. 원작을 먼저 읽은 사람들이 드라마화 소식을 접하고 하나같이 '찰떡 캐스팅' 이라 감탄했다는데 나도 그런 희열을 느꼈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애초에 후덜덜한 캐스팅 라인업 보고 끌려서 책도 읽게 된 거다. [매들린-리즈 위더스푼,] [셀레스트-니콜 키드먼]은 마치 처음부터 리안 모리아티 머릿 속에 존재했었을 것 같았고 [레나타-로라 던]은 그저 대체 불가! 원작을 뛰어넘는 캐스팅이다. 쉐일린 우들리 연기도 훌륭했지만 내가 책을 읽으며 그렸던 제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책에서는 그다지 비중이 높지 않은 보니 역에 조이 크라비츠를 캐스팅한 것은 정말 정말 신의 한 수 같다. 원작에서의 보니는 철저히 매들린의 시점에서 보여지는 금발 백인 여성으로, 어쩔 수 없이 독자는 그닥 호감을 가질 수 없는데 세상에 조이 크라비츠라니! 존재감만으로 매들린 부부와 네이선, 애비게일 간의 모든 갈등 관계를 단박에 이해가게 만든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아역 캐스트가 너무, 너무너무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는 나는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을 '살아 있는' 캐릭터로 여기지 않았다.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되거나 갈등을 더욱 깊어지게 하는 도구 역할 정도로 느꼈는데 아, 드라마 속의 아이들은 너무나 살아있다.

 

 

1) madeline

 "I'm fooooor-tyyyyyyyy!" 노래를 하며 등장하는 그녀, 매들린. 이 역할을 리즈 위더스푼이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었을까? 리즈 위더스푼하면 자동으로 '야무지다' 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누구라도 좋아하지만, 실제 주변에 있다면 아마도 얄미워 죽을것 같은 숨막히는 야무짐이다. 온라인 옥션으로 산 명품 하이힐을 신으며 SUV를 모는 정의로운 오지라퍼 엄마. 성실하고 안정적인 좋은 남자와 결혼하여 세 자녀와 함께 해변가의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녀는 아쉬울 게 없어 보이지만 나름의 골치거리가 있다. 자신과 어린딸을 두고 도망간 전남편 새끼는 존재만으로 짜증나게 하는 젊은 힙스터 여자와 재혼하고 갑자기 좋은 아빠 코스프레를 하고 지랄이다. 사춘기 큰 딸은 아빠랑 새엄마를 티나게 좋아하며 배신감을 안긴다. 아, 얼마나 현실적인지. 책을 읽으며 유일하게 웃으며 공감할 수 있었던 캐릭터가 매들린이었는데.. HBO는 매들린의 시련이 충분하지 않으며 리즈 위더스푼에게 '진지함'을 더 실어주고 싶었는지 갑분싸 매들린=불륜녀 설정을 창조해버린다. 아 이게 무슨..  매들린이 싱글맘 시절에 얼마나 고생했고, 지금의 행복한 가정을 일구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 했는데 웬 불륜?!??!! 리즈 위더스푼은 아슬아슬 얄미워야 하는데 그냥 미워버리게 만들면 어떡해요.. 애비게일의 '프로젝트' 에피소드도 책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대목인데 드라마에서는 그냥 매들린 불륜 죄책감 토로하는 도구로만 쓰인 것 같아 못내 아쉬웠다. 리즈 위더스푼과 아담 스콧의 연기 비중을 늘리기 위해 한 최선의 선택이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불쾌했다. 나의 매들린은 불륜충이 아니란 말입니다!

 

 

원작에서 최애캐가 드라마에서는 극혐캐가 되다니... 

 

 

 

 

2) celeste

 소설 초반에는 공기같은 존재감이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모두가 응원하게 되는 빅리라의 진주인공 셀레스트. 니콜 키드먼을 만난 셀레스트는 여전사가 따로 없다. 아, 진짜 니콜 키드먼은 대단한 연기자다. 온갖 상을 휩쓸었지만, 상 더 줘야한다. 책을 읽을때도 니콜 키드먼의 이미지가 얼마나 몰입에 도움이 되었는지. 아주 fragile 한 동시에 단단한 그야말로 유리같은 셀레스트를 너무나도 잘 묘사해내었다. 한 인물의 복잡하고 예민한 심리를 글보다 영상이 압도한 것 거의 유일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니콜 키드먼은 참 볼때마다 비현실적인 외양을 하고는 누구보다 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해낸다. 그리고 다른 누구보다도 다른 캐스트와의 합이 좋았다. 누구와 붙여놔도 케미가 살고, 주역이거나 조력자 롤이거나 아니면 단순한 배경으로 서있을때도 그저 딱, 맞다. 아내, 엄마, 친구, 변호사, 환자 역할 모두가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책에서나 드라마에서나 이 동네 사람들은 모두 셀레스트에게 나이스하다. 매들린이나 레나타는 쉽게 욕해도 셀레스트는 '감히' 싫어하지를 못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재력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셀레스트 자체의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인데 나는 이것이 니콜 키드먼 이라 가능한 설정이라고 본다. 니콜 키드먼에 대입하면 모든 것이 순간 납득된다. (그 대단한 레나타가 왜 아마벨라를 괴롭힌 아이가 사실은 맥스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 제인에게 했듯이 지랄지랄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한 풀 꺾인 시점이라고는 해도)드라마화가 되기 전에 책을 읽었다면, 나는 셀레스트라는 캐릭터를 해석하는데에 대단한 애를 먹었을 것 같다.  

 

 

니콜 키드먼의 인생캐라 할 만 하다!

 

 

 

 

 

3) jane

  매들린과는 달리 소설에서 드라마로 가면서 많은 것이 삭제된 캐릭터이다. 제인의 분량을 까먹고 그 자리에 매들린 불륜 스토리가 만들어진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다. 사실 이 이야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제인과 셀레스트가 양분하고 있다. 내가 해석한 <빅 리틀 라이즈>는 생존자들의 트라우마 극복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는 셀레스트보다 제인에서 조금 더 깊은 감명을 받았다. 책에서는. 드라마는 제인에게 다소 불친절하다. 애초에 모든 사건의 중심이 제인인데! 항상 껌을 씹는 수수한 차림의 어린 미혼모 제인. 스포일러가 될까봐 제인 분량을 확 줄였나? 책을 읽으면서 내내 안타깝다가도 클라이막스가 왔을 때("우리 만난 적 있죠. 그 때는 당신이 자신을 색슨 뱅크스 라고 했지만요.") 아! 하고 육성 내뱉으며 일어날 정도로 전율을 주는 캐릭터인데..  드라마는 톰과의 관계도 대폭 생략해놓고 제인이 어떻게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해나가는지, 지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내적 갈등을 겪으며 성장하는지는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지기 문제도 그렇다. 이게 얼마나 큰 사건인데! 학교에서, 이 동네에서 제인이 얼마나 외롭게 고군분투했는지 충분히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 레나타한테 한 방 먹이고 둘이 잠정 화해하는 부분은 좋았지만 대부분 제인은 든든한 해결사 매들린 뒤에 있는 듯 보였다. 무엇보다 시즌1 피날레에서 제인을 그저 수동적인 피해자로만 만들어놓은 것 같아 너무 실망했다. 색슨 뱅크스를 드디어 만났을 때 왜 쟤가 걔라고 말을 못하고 매들린 팔만 으스러지게 부여잡고 있지? 그리고 쓸데없이 총은 왜 쥐어주는지? 미국에서는 강간 피해자라면 권총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나?? (시즌 2에서는 더 가관이다. 그냥 제인네는 이사간 것이 나을 뻔 했다.. 이건 시즌2 이야기에서 자세히)

 

 

캐붕의 희생양.. 

 

 

 

 

 

 

4) renata

 아! 레나타...  르↘나↗타!

 아! 로라 던.. 

 니콜 키드먼의 셀레스트 칭송을 실컷 했지만, HBO의 <빅.리.라>가 책을 뛰어넘는 역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단연코 로라 던 덕분이다. 로라 던의 레나타가 없다면 셀레스트 생각만 하느라 우울해서 이 드라마 재탕은 절대 못할거다. (시즌1도 그렇지만 특히나 시즌2가 그렇다.) 그리고 로라 던의 레나타가 없었다면 지기와 제인에 대한 시각도 아마 많이 달랐을거다. (엄청나게 평면적인 '영악한 가해자-억울한 피해자' 구도였겠지? 흥미롭게도 빅리라를 읽으면 이 둘의 위치가 매 챕터 바뀐다!) 아마벨라 캐릭터도 그렇다. 책에서는 아마벨라는 항상 의뭉스런 아이였는데 드라마에서는 세상 사랑스럽다. 레나타는 정말 희대의 캐릭터다. <결혼이야기> 속 노라랑 조금 겹쳐보이긴 하는데 여러모로 더 쎈캐라서 좋다. 그리고 나는 진심으로 레나타와 고든 커플이 좋다. 그 둘의 아이가 천사같은 아마벨라 라는 것도 대박적으로 좋다. 책 속에서는 이 가족이 그저 주요 엑스트라 느낌일 뿐인데 드라마에서 이렇게 멋지게 재창조해줘서 너무나 고맙다. 스핀오프 만들어주세요!

 

 

자수성가 CEO 워킹맘 레나타 클라인!

 

 

 

 

 

 

5) perry 그리고 bonnie

 오, 페리. 셀레스트와 함께 드라마 배우들의 이미지가 없었다면 책 읽을 맛 떨어졌을 인물. 박찬욱 감독이 빅리라 보고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리틀 드러머 걸>에 캐스팅 했다 하던데 너무나 공감되는 것..  곱씹을수록 페리가 진짜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인 것 같다. 셀레스트 머리채 잡고 치려다가 아들 오니까 급 돌변해서 세상 스윗한 아빠 모습되는데 이 순식간의 변신을 어색하지 않게 잘해냈다. 니콜 키드먼이랑 외모, 연기 합도 완벽했다. 

 오, 보니. 사실 시즌1에서의 보니는 조금 병풍같다. 그런데도 등장할 때 마다 존재감이 장난이 아니다. 책에서는 더더욱 병풍 중의 병풍이다가 갑자기 엄청나지는데 그런 임팩트를 생각해서 조이 크라비츠를 캐스팅한거겠지. 보니에 대해서는 시즌2에서 이야기 해야겠다.

 

 

존나 싫어..  근데 존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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