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와이어> 시즌 1을 보는 내내 의문스러웠다. '왜 에이본 박스데일에 저 배우를 캐스팅했지? 카리스마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해보이는데...'
볼티모어 서부 무법자들 용모를 보자. 보디, 세보인다. 위베이, 존나쎄보인다. 스트링어, 간지. 오마르, 개간지. 심지어 콜빈같은 몇몇 경찰도 외모만 보면 불량 아우라가 넘치는데 그에 비해 시즌 1에서의 에이본은 영 부실해 보였다. 이름도 임팩트가 약하다. "오마" "마를로" "프랍조" 에 비해 "에이본 박스데일"은 지금 들어도 좀 약하다.. 특별수사대가 그렇게 찾던 에이본의 사진을 레스터가 어렵사리 구해 가지고 왔을 때에도 마찬가지, 평범해보였다. 몸도 날씬하고 얼굴도 얄쌍한 인상이라서 이 사람이 과연 서부를 제패한 박스데일 두목 맞나 싶었다. 그렇게 그는 시즌1에서 감옥행으로 퇴장하기까지 내내 무게감이 없었다. 시즌2에서도 존재감 약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시즌3를 맞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꽃이 지고 나니 봄인 걸 알았습니다.. 이건 마치 <왕좌의 게임>에서 뒤늦게 트루킹 조프리를 알아본 것과 같은 깨달음이었다. 에이본 박스데일, 그는 참 리더, 트루 갱스터.. 시즌5까지 보고나면 더더욱 알 수 있다. 박스데일 시절이 호시절이었음을... 맥널티 이 새끼, 결국 볼티모어 바닥을 더 망쳐놓은 것 아니냐!
(스포)
에이본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은 시즌3다. <더 와이어>가 급속도로 재밌어지는 시즌이기도 하다. 그와 스트링어의 갈등, 그리고 박스데일파의 몰락은 단연 이 시리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과 넷플릭스 <나르코스>를 떠올리게 된다. 에이본은 <범죄와의 전쟁>에서의 하정우가 내세운 '건달다운 건달'의 철학 그 자체의 인물이고, 스트링어는 야망이 지나쳤던 콜럼비아의 그 유명한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실책을 그대로 답습한다. "깡패는 깡패답게", 에이본 박스데일의 올드스쿨 갱스터론은 현실타협적인 스트링어에 이입해서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지만, 결국은 그가 옳았다. 음지의 인물이 양지로 나오면 안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후 스트링어의 마지막, 마를로의 말로(!)를 지켜보며 에이본의 현명함을 상기할 수 있다. 물론 에이본도 나쁜 놈이다. 무고한 사람 많이 죽인 개새끼다. 에이본에 대한 호평은 어디까지나 갱단 보스로서, 차기 왕좌를 차지한 마를로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나은 놈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이본을 정말로 좋게 봤던 에피소드가 있었다. 시즌3의 시청자들은 한 마음으로 데니스 커티(일명 체육관 아저씨)의 성공을 바랬다. 그는 디안젤로가 가질 수 있었던 또 다른 미래를 대변하는 인물이니까. 디를 지켜주지 못해 괴로워한 삼촌 에이본도 분명 같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에이본은 관대하게 데니스의 새 출발을 지원해 주었다. 데니스가 갱스터 솔져의 길을 접고 진심으로 착한 길을 가고자 자신을 놓아달라 했을때에도 에이본은 "진정한 남자다"하고 평한다. 아아, 이 얼마나 그릇이 큰 사람이냐, 마를로야! 그렇게 에이본은 거리의 명성도 유지하고, 체육관 벽에 플래티넘 멤버로서 영원히 박제되어 볼티모어의 의적으로서 길이길이 남게 되었다. 언젠가 에이본이 출소를 한다면, 스트링어가 되고자 했던 양지의 '영향력 큰 거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Best Scene of Avon
은근 명대사를 많이 남겼다.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무래도 이것!
출처 tumblr
"나는 너(스트링어)처럼 정장입고 다니는 비지니스맨이 되지 못해. 난 그냥 갱스터인가봐."
스트링어와 에이본의 옛 이야기가 궁금해서 스핀오프, 프리퀄을 해달라는 팬들의 요청도 꽤 있었던 모양인데 뭐 성사되지도 않겠지만 난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담백해서 더 멋지다. 그 우정의 말로가 뒷통수 파티였다는 것도 완벽하다.
출처 tumblr
더불어 이 장면도 유명하다 ㅋ 어흐 얄미워!
Actor : Wood Harris
드라마 볼 때마다 느꼈는데 우드 해리스 몸 진짜 좋고 옷발 최고다.. <더 와이어>에서 유일하게 옷 예쁘다 했던 캐릭터가 에이본이다. 실제로 우드 해리스는 브랜드 의류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패션센스가 좋다. 드라마에서는 힙합 스트리트 스타일이 다양하게 나오고 교도소 죄수복도 간지나게 소화했다. 반다나와 모자 다양하게 쓰고 나와서 보는 재미가 있었고 몸이 워낙 좋아서 난닝구만 입어도 멋있었다. 실생활에선 주로 댄디한 힙스터 스타일이다. <더 와이어> 이후 다른 TV 시리즈에 출연하시면서 상도 받고 활발히 활동 하시는 중.